고시라고 해서 사법고시, 행정고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사, 방송사에 입사하는 언론고시가 그것. 취업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르는 입사시험을 ‘언론고시’라고 부르는 것이 한편으로는 유별나 보이기도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 포털 사이트에 마련되어 있는 언론고시 카페의 가입자는 4만 명에 육박하고 각 대학마다 언론고시반을 따로 준비하고 언론고시생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 해 메이저급 언론사에 입사하는 인원은 기자는 50명 안팎, PD까지 다 합쳐도 70∼80명이 안된다. 지난 6일 연세대학교 취업정보실과 매스컴 취업포털 미디어 잡(www.mediajob.co.kr)이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2005년 언론방송사 공채 시험 채용설명회를 열어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언론사를 향한 험난한 여정을 걷는 예비 언론인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던 것. 바늘구멍보다도 작다는 취업문을 뚫을 수 있는 전략을 조선일보 이영훈 과장, 동아일보 송상근 팀장, YTN 경영관리국 김환명씨 등 인사 담당자와 김시출 미디어잡 대표에게 들어 보았다.

◇학벌, 영어성적의 굴레를 벗어라=언론사에 입사하려면 학벌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작년 조선일보 최종합격자 9명 중 소위 SKY대학 출신이 5명에 이르기도 하였으나 이는 언론사가 특정학교를 선호 한다기보다는 SKY대학 출신의 지원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 외에도 토익 점수가 900이상이어야 한다든지, 950점은 넘어야 안정권이라든지 하는 소문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실제 동아일보 작년 1110명 중 900점미만의 지원자는 900명에 달할 정도였다. 토익성적은 높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합격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인성과 개성을 살려라=이번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각 기업들은 공히 인성과 개성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필기시험과 1차 면접 점수가 좋다더라고 인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불합격해야 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 인성 이외에도 지원자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개성이다.

이 덕분에 특이한 전공을 공부한 지원자가 좋은 결과를 받기도 했다. 국악과나 약학과, 신학과 심지어 김일성종합대학출신의 탈북자도 입사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기도 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뜬구름 잡는 지원서는 이제 그만=언론사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문장력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탁월한 문장력은 작문, 논술 전형 때 뽐내도 늦지 않다.

입사지원서를 작성할 때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써야 한다. 10명 안팎을 뽑는 언론사 전형에 수천 장의 지원서가 인사 담당자에게 날아든다. 핵심없이 미사여구만 가득하거나 중언부언하는 지원서는 인사담당자에게 오히려 마이너스다.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육하원칙을 지켜가며 간결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기본적 소양은 갖고 있어야 한다.

◇단순암기보다는 자질이 먼저다=조선일보는 92년 이후 상식시험을 폐지했다. 단순암기 능력보다는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역시 필기시험은 작문과 논술로 치러진다. 이번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언론사 중 유일하게 YTN은 상식시험을 치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자질과 사고력 측정에 중심을 둔다고 밝혔다.

과거 시험이 암기 위주의 상식으로 변별력을 두었다면 이제 그러한 추세는 쇠락하고 있다. 상식시험을 폐지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으며 MBC의 경우는 단순 암기로는 준비할 수 없는 상식시험을 마련해 지원자의 사고력과 평소의 자질을 측정하고 있다.

◇인턴십, 마음을 굳게 먹어라=암기 위주의 상식시험이 지고 있다면 최근 언론사 채용 경향 중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일주일간의 인턴십이다. 언론사 중에서는 인턴십을 합숙으로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과중한 업무로 중도하차가 많은 언론사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회사와 신입사원이 상호간의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데 장점을 갖고 있다. 동아일보와 YTN은 모두 작년 전형과정에서 5일간의 인턴과정을 두었으며 올해의 경우도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기시험, 그것이 문제다=언론사를 준비하고 있는 지원자들에게 가장 부담되는 전형과정을 꼽자면 역시 필기시험이다. 그 중에서도 논술과 작문은 필기전형과정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크고 지원자간의 실력 차도 크다. 게다가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에 따른 논란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채점과정 중에는 인적사안을 숨기거나 최고, 최저점을 제외한 평균점을 계산하는 등 언론사 나름대로 공정한 결과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일반적인 필기전형 과정을 살피자면 대개 논술, 작문의 채점은 현직 기자들이 맡아 한다. 기자생활을 오래한 베테랑 기자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글을 쓰는 편이 유리하다. 글이 꼭 길어야 될 필요도 없다. 바쁜 업무 사이사이에 채점을 읽어야 하는 채점단을 위해 깔끔하게 답안을 작성하는 센스까지 갖추면 금상첨화.

◇전방위 준비가 필요하다=서류와 필기전형까지 무리없이 올라왔는데 면접에서만 자꾸 떨어진다면 한번쯤 스스로가 너무 한 쪽에만 치우쳐 준비한 것이 아닌가 반문해 봐야 한다.

언론사의 전형과정이 복잡하고 다양해진 이유는 언론사가 원하는 능력을 골고루 갖춘 팔방미인을 선발하겠다는 언론사의 의지의 표명. 학점이나 토익에만 신경써도, 논술, 작문에만 치우쳐도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다. 각 전형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배선주기자/laimo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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